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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V 고속철도
04/29/24  

LA-LV(라스베이거스) 고속철도 착공식이 지난 22일 LV에서 있었다. 예상 완공일은 LA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 여름이다. 30여 년 전부터 고속철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 되어 오던 것이 지난 해 12월 $30억의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착공에 이르게 되었다. LA-LV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중간에 역이 필요한데 그 물망에 오르게 된 지역 가운데 빅터빌 인근이 유력하다.

필자의 이민 초기에도 이런 논의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어서 빅터빌, 애플밸리, 헤스페리아 일대에 부동산 투기 붐이 불었다. 한국의 부동산 광풍에는 못 미치지만 당시 여러 한인들이 땅을 사들였고, 아예 이주하여 때를 기다리던 분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고속철도 건설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팔고 나갔고, 개발 붐은 시들해졌다. 그런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곳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있었다. 과연 그들이 기대하던 대로 고속철도 역이 세워지고, 한국처럼 역세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필자도 2002년, 애플밸리 인근 루손밸리에 주택이 딸린 5에이커 대추 농장을 구입한 바 있다. 주말에 식구들과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그곳에서 보내는 주말을 아버지와 나만 좋아했고, 식구들은 싫어했다. 결국 1년 만에 팔고 나왔다. 식구들이 싫어하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그보다 더 팔아야겠다고 결정한 까닭은 5피트나 되는 철조망을 훌쩍 뛰어 넘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아버지가 가꾸던 더덕 밭을 헤집고 다니는 코요테들을 보고 겁이 나서였다. 그리고 또 20여 년이 지나 드디어 고속철도가 건설되고 빅터빌 인근에 역이 들어선다니 감개무량하다.

고속철도는 주로 200km/h 이상의 고속으로 운행하는 철도를 가리킨다. 1964년 10월 개통한 일본의 신칸센(도카이도 신칸센)이 세계 고속철도의 효시이다. 고속철도는 고속도로와 항공 산업에 밀리던 철도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차 대전 직후 세계적인 추세가 도로교통에 치중하면서 철도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버스를 이용한 장거리 수송이 크게 발달했다. 버스로는 도저히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대량 수송을 제외하면 여객철도의 이점이 크게 떨어졌다. 대부분의 국가는 도로교통 위주로 발전해 오게 된다.

일부 국가들이 고속철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도로와 항공편에 비해 쓸모가 적었던 철도가 빠른 속도로 대량 수송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활용, 부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 대만,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국내선 항공편이 부진해졌다. 특히 한국은 고속철도 개통 이전부터 고속도로가 곳곳으로 뚫려서 이미 부산, 제주를 제외한 국내선 항공편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미국의 아셀라 익스프레스도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워싱턴 간 항공편을 감편시킬 정도의 파급효과를 보였다.

탄소배출 없이 전기로 작동하는 LA-LV 고속철은 LA 동부 랜초쿠카몽가를 출발해 헤스페리아와 빅터빌을 거쳐 LV까지 총 218마일 구간을 승객 500명을 태우고 시속 186마일(약 300km) 속도로 2시간10분에 주파할 수 있도록 건설된다. LA와 오렌지, 샌디에고, 벤추라 카운티에서 LV행 고속철이 출발하는 랜초쿠카몽가 역까지는 메트로링크를 통해 연결된다.

특히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오는 재생 가능한 전력으로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이나 항공기 운행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고속철도 건설은 기후 재해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 지금,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프로젝트이며, 본격적인 교통수단의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철도의 거의 전 구간은 두 지역을 잇는 기존 고속도로인 15번 프리웨이를 따라 건설된다. 현재 차량으로 랜초쿠카몽가에서 LV까지 이동하는 데는 약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두 지역 간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말이나 휴일에 빚어졌던 15번 프리웨이의 심한 고통체증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요금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LA-LV 항공편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고속철도의 전체 건설비용은 120억 달러 규모로, 연방 정부에서 30억 달러 보조금과 25억 달러 면세채권 판매 승인 등을 지원했다. 철도 건설사인 ‘브라이트라인’ 측은 고속철 열차 안에서 무료 와이파이, 다양한 종류의 식음료, 수하물 서비스, 호텔 체크인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국 방문 시 고속열차(KTX, SRT)를 타고 부산, 여수, 동해 시 등지로 여행하면서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했었다. 머지않았다. 2028년 여름을 기다린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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