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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선량들의 등장을 기원한다
03/25/24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가능하면 정치 얘기를 삼가기로 한 내 글쓰기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 보니 나도 무엇이 진실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처사인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되어 내 나름대로 느끼고 있었던 내 마음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필자가 만나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논할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쪽이 어느 쪽이든 간에 무조건적이다. 일정 부분에서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전부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

몇 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에 있는 사람이 떡하니 당 대표가 되어 당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데까지 깊이 관여 하여 제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골라서 후보로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비판하거나 비평한 사람은 아예 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어 가면서 말이다. 어찌 그렇게 제 마음대로 하는지 꼴불견이다.

심지어 이런 규칙으로 서울 어느 지역구의 후보로 확정된 사람이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후보를 취소하고 당 대표를 비판한 사람을 포함해 다시 후보 경선을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당 대표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새 후보도 역시 자격 문제 논란에 휩싸이자 소속 당에서는 후보 교체 불가를 천명했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후보자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하였고, 또 다시 당 대표의 측근이 새 후보로 지명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다른 한쪽도 마찬가지다. 검사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는 나라다. 정치판에 오죽 사람이 없으면 그렇겠는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사람을 여당의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시키고 더 나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검사 출신이라 정치를 잘못할 거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검사는 경찰, 군인 등과 흡사하게 일종의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직업군(職業群)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움직이는 세상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중심 철학이 되고 모든 것을 법과 질서를 앞세워 해결하려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랫사람이라고 무조건 윗사람을 떠받들고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명하복이 사회적인 룰이 되어서도 안 된다. 또 세상이 법과 질서로만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법률 이해도가 높고, 사안 분석력이 뛰어난 점은 의정활동에서 큰 장점이지만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이번 총선에 출마한 검사출신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려는 목적을 국민에 두지 않고 국회의원 당선 그 자체에 두고 있다. 심지어 검찰에서 일하다가 총선에 나선 몇몇 후보들은 정치 영역에서 복수 내지 명예 회복을 하겠다는 뜻으로 출마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22대 총선에 전례 없이 검사 출신 예비후보자가 난립하는 것은 검찰이 정치화 되면서 정치가 검사들이 퇴임 후에 거쳐 가는 하나의 옵션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검사가 되고 검사장이 되고 나름 올라 갈 때까지 올라갔으니 이제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고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고 보자는 것이다.

운동권을 청산하자면서 운동권 출신과 맞서 싸울 사람으로 운동권 출신을 내세운다. 기가 막힌 발상이라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한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논리가 바로 서지 않는다. 혹자는 말한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전향한 사람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그러나 아무리 전향을 했더라도 어째든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이 세상을 위선, 사기나 협잡과 음모, 모략 등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진실 혹은 이성과 논리 그리고, 법치나 정의로만 다스릴 수도 없다.

현실을 떠난 최고선(最高善)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을 외면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최고선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다 해도 실질적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는 현실을 토대로 해서 이상을 향해 나아갈 때 바람직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유권자들 한 분, 한 분이 선거일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선별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바른 사람을 선택하기 바란다. 신선한 선량(選良)들의 등장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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