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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으며
03/11/24  

지난 5일이 경칩(驚蟄)이었다. 경칩은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 눈이 녹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거쳐 3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놀랠 경(驚), 숨을 칩(蟄), 숨어있던(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놀라서 깨어날 때라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경칩에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고 했다.

사실 LA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봄이 오기를 크게 고대하지는 않는 편이다. 한겨울에도 고국에 비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보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덜하기 때문이리라. 심지어 4계절이 불분명한 남가주에 살면서 절기를 무엇 하러 따지냐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곳에도 분명히 일기 변화가 있다. 올해도 입춘(2/4) 무렵 추위가 있었고, 우수(2/19) 지나면서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던가. 분명히 이곳에서도 춘하추동의 구별이 가능하다. 당연히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

그런데 올해는 경칩이 지났는데도 아침, 저녁은 물론 한낮에도 기온이 낮고,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 추위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춥게 느껴지는 것이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한겨울 북서풍이 몰아치듯 하고 있다. 오는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여야의 투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에서 갈라져 나온 세력들이 이합집산하며 연대를 형성하고 당을 만들고 있다. 정치세력들 간의 싸움은 그렇다 해도 언론과 유투버들이 지지하는 세력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고, 반대세력에 대해서 집중 포화를 퍼붓는 모습 또한 가관이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의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며, 정부의 업무를 감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거구는 인구에 따라 나누어지며, 인구 밀도와 지리적 요소를 고려하여 지역구와 비례대표 구성원이 결정된다.

선거는 후보자 등록, 선거운동, 투표 등의 과정을 거친다. 후보자 등록은 선거에 참가할 의사를 밝히는 절차로, 선거인이 되기 위해 일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거운동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알리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단계이다. 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방을 하다 보니 이해충돌이 생기고 불필요한 과장과 힐난이 난무하고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게 되고 이에 맞고소가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잇달아 여당과 야당 간의 고소 고발이 빗발치듯 빈번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율사들의 놀이터로 전락해버린 듯하다. 흔히 하는 말로 ‘법대로 하자’는 거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법치국가라 해도 만사를 법정으로 끌고 가서 해결하려는 태도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투표는 선거일에 유권자들이 정당 또는 개별 후보자에게 투표하여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속한 선거구에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후보자가 해당 선거구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따라서 양당의 수뇌부는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 당선 가능한 인물을 자기 당의 후보로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 공천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당의 입장과 개인이 입장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라 해결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번에도 각 당에서 객관적인 기준, 합당한 측정 기준 등을 정해서 당내에서의 선발 과정을 거쳤지만 그 파열음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로 비방하던 상대 당으로 말을 갈아타기도 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기 당의 집행부를 향해 비난도 쏟아낸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정치인과 그 지원 세력의 주장은 물론 SNS 상에서 떠도는 말들까지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언론과 각종 매체들의 카더라 통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한 편에 서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싸움판에서 봄이 온들 봄이라 느낄 겨를이 있겠는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나오는 탄식을 참을 수 없다

그러나 동장군은 결국 봄볕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해마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을 밀어내는 봄의 기적을 목격한다. 한국의 정치판에도 하루 빨리 봄볕이 내리쬐길 기원한다. 움츠려든 몸을 쫙 피고 마음 편하게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신명나게 걷고 싶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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