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대~한민국!”
02/26/24  

얼마 전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아쉽게 끝나자마자 축구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준결승전 직전 있었던 몸싸움 소식이 불을 지폈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이제 와서 나까지 숟가락을 보태면 지겹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한마디 하고 싶네. 

축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거친 스포츠는 상대팀은 물론이고 같은 팀 안에서도 갈등과 싸움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하다못해 조기축구, 동네 농구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너 때문에 졌다, 경기 전에 왜 술을 마셨냐, 연습에 불성실했다, 왜 나한테 패스를 안 하냐 등등 어찌 보면 운동선수들에게는 사소한 갈등이었을 수 있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중요한 경기를 앞둔 국가대표들로서 조금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분이 일어난 것을 이런 식으로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까발려질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이나 감독과 코치진이 이런 상황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된다. 이런 일이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 따져 묻고 싶을 정도이다. 가장 고약하고 괘씸한 것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아니라 이 일을 확대하고 유포시킨 사람들이다. 누가 봐도 축구협회와 감독의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다분한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넘어갔다. 

언론과 네티즌은 대부분 손흥민 편에 서며 이강인의 과거까지 들추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예전 영상과 사진, 인터뷰와 기사등 모든 것들이 재조명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퍼 나르며 "원래부터 싸가지가 없었다, 외국에서 자랐다고 위아래도 없냐? 네가 결국 이럴 줄 알았다, 당장 퇴출시켜라, 어디 감히 손흥민한테, 네가 탁구선수냐? 군면제를 당장 취소해라" 많은 팬들은 맹비난을 넘어서 집단 분노를 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강인 SNS에 찾아가 비난 댓글을 도배하고 이강인을 광고모델로 한 업체 불매운동을 불사하며 한 인간을 완전히 보내버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나는 편 가르기에 끼어들 생각이 추오도 없지만 이강인 선수가 이만한 비난과 모욕을 감수할만한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는 고작 스물두 살의 축구선수일 뿐이다. 팀 내 갈등이 있었다한들 그 안에서 이강인의 잘못이 있었다한들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전 국민이 왈가불가하면서 잘잘못을 논하고 가해자로 만들어 공격하고 엄청난 돌팔매질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느껴진다. 역량과 실력과 더불어 인성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가 없이 훌륭한 일이며 운동선수들에게 위계질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왜 우리들은 유독 연예인이나 셀럽들에게 더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토록 엄격한 도덕성과 훌륭한 인격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강인 선수의 태도가 문제였다면 이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 처벌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이강인이 손흥민이 있는 런던으로 찾아가 사과를 했고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이며 나름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를 짓는 모양이다. 그동안 쏟아지는 기사들을 접하며 참으로 씁쓸하고 또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게다가 원래도 멋있었던 손흥민이라는 사람이 좀 더 근사해 보이기도 했다. 이강인 선수가 더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겠다는 다짐에 왜 내가 다 감동적이고 코끝이 찡해지던지......

이번 아시안컵 경기를 보는 내내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셰프가 조리를 잘못하면 어찌 되는지 너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받아들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제대로 된 변화와 정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강인 선수의 역량은 우리 모두 충분히 확인한 바 이번 일로 좌절하기보다는 부디 잘 극복하여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모두 다 함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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