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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01/29/24  

20여 년 전부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지내는 후배 부부와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후배이기에 올해 무슨 좋은 계획이 있는가 물었다. 후배는 잠시 주춤하더니 올해는 예년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며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했다. 현재 암세포가 발견된 상태라면서 자세한 암의 정도는 며칠 뒤에 하기로 한 정밀 검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후배는 주로 남성들에게 발병하는 암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선친께서도 같은 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고, 그 후로도 십수 년을 더 사셨기에 얼마든지 완쾌가 가능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집으로 돌아와 그를 위해 기도했다. 그가 검사한다는 날 이후로 혹시 연락을 하지 않을까 기다렸으나 그는 내게 결과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먼저 연락하기도 그렇고 해서 정도가 심하지 않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고 있는데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구는 어릴 때 부모 따라 미국으로 온 홍콩 이민자 출신으로 LA 카운티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다 은퇴했고, 라미라다시장도 두 번이나 역임했다. 현재는 라미라다시의원으로 재직 중이다. 내게 그는 화려한 공직 경력보다 막내아들의 첫 농구 코치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친구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고 지내던 친구의 전화라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며 받았다. 친구와 의례적인 인사말을 나누다가 부인의 안부를 물으니 친구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부인이 암에 걸렸다면서 큰 걱정이라고 했다. 무슨 암이냐고 물으니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 가운데 몇몇 부인들이 같은 병으로 수술을 받고 완쾌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수술하면 괜찮을 것이라며 위로 했다.

후배와 친구 부인이 걸린 암은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암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치유가 빠르고 회복이 쉬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암은 암이다. 암이 주는 심리적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암(癌, cancer)은 악성 종양(惡性腫瘍, malignant tumor)을 가리킨다. 세포의 성장이 빠르고 다른 곳으로 쉽게 전이되고 생명에 위협을 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포가 사멸 주기를 무시하고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병이다. 비정상 세포(암세포)가 제어되지 않고 성장과 분열을 계속하기 때문에 어떤 생체 조직에서든 발병할 수 있다.

암을 확실하게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암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즉 발암 물질과의 접촉이 없는 건강한 성인의 몸에서도 암 세포가 생성된다. 다만 이러한 암 세포들이 면역 체계에 의해 제때 제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암 세포들의 제거가 점차 어려워진다. 아울러 세포 분열 과정에서의 오류가 젊을 때에 비해 빈번하게 발생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암 환자 비율이 증가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흔히 암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환경오염, 생활습관, 식습관과 더불어 노화도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지난 17일, 미국암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91년부터 2021년까지 암 사망자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 30년간 35% 정도 줄었으며 약 400만 명 이상 줄었다. 이처럼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흡연 인구의 대폭 감소 때문이었으며 아울러 조기 진단 기술과 치료법 발전도 사망률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암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암 발병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미국암협회는 2024년 미국의 신규 암 진단 건수가 처음으로 2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립선암, 자궁암, 구강암, 간암, 신장암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암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미국암협회는 발병률 증가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지 암 환자들에 대한 검진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의학 발달로 과거보다 암 진단과 판별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얼마든지 치료 가능한 병이 된 지 오래 되었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이 글 속의 두 분과 지금 병상에 있는 타운뉴스 가족 여러분들 모두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밝고 환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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