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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만 걷기로 했다
01/22/24  

매일 아침 일과처럼 해 오던 공원 걷기를 해외여행 등으로 한 달 여를 쉬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침에 일어나자니 힘이 들었다. 시차가 바뀐 탓도 있고,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아침 공원 걷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아침 기온이 많이 낮아졌고, 바람도 차게 느껴져 그럴듯한 이유가 만들어졌다.

벼르고 벼르다가 거의 한 달 반 만에 공원으로 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그동안 안 보였냐며 안부를 물었다. 걷다가 마주치면 그저 ‘하이!’ 하고 지나는 사이였건만 안부를 물어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심지어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지나치던 사람들도 다가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매일 아침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니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해관계 없는 사이지만 늘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까 궁금했으리라. 인종도 성별도 연령도 관계없다. 모두가 친구들이다.

공원을 걷고 난 뒤 만나는 체조 팀도 마찬가지였다. 반갑게 맞아주는 여러 어르신들을 보면서 게으름 피운 것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원에 나와 걷고 체조하는 80대, 90대 어르신들은 필자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었다. 늘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매일 아침 함께 걷는 친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70에서 80까지, 10년 사이에 70까지 살았던 사람의 50%가 세상을 떠난다’고. 체조하는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은 83~85세 정도이다. 그런데 모든 어르신들이 걸음걸이도 꼿꼿하고 말씀도 또렷하게 한다. 건강관리를 잘하며 살기 때문이리라.

‘OECD 보건통계 2023’에 의하면 OECD 국가의 평균 기대수명은 80.3년이다. 미국인들은 이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의 국제 질병부담 연구(GBD) 최신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미국인들의 기대수명은 77.1세이고, 건강기대수명은 64.4세로 나타났다. 이 통계에 근거한다면 77년을 산다고 했을 때, 마지막 13년은 아프며 산다는 얘기다. 한국인들은 장수하는 편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기대수명은 83.6세이고 건강기대수명은 65.8세이다. 이 통계대로 추정한다면 한국인들은 18년을 앓다가 가는 셈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49세에서 77세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기대수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강수명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을 전문가들은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불치병이 만성병화 되고 있음을 꼽았다. 아울러 진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질병을 찾아내는 경우가 늘어난 것 또한 건강수명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어쨌든 통계는 우리에게 ‘일생 중 건강하지 않은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 하고 각자의 체질이나 환경 등에 적합한 건강관리와 식생활을 해야 한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늘 건강식만 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피하면서 규칙적으로 틀에 박힌 생활만 해야 한다면 삶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피울 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사람 사는 맛이고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아침에 걷는 것도, 체조하는 것도 하기 싫을 때는 빠질 수도 있는 것처럼.

팔 다리가 아파서 찾은 병원의 의사가 말했다. “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프고 힘들면 쉬는 것이 답이다.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면 결국 병이 나고 팔 다리를 못 쓰게 되는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적당히 해야 하는데 그 적당하다는 것이 사람마다, 연령에 따라 혹은 여러 가지 요인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각자에게 적합한 것을 찾아야 한다. 지나치지 않다면 걷기나 체조 등의 운동도 좋고, 사진 찍기,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댄스 등의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즐기면서 여가를 보내고 건강에도 힘을 쏟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예전에 두 바퀴 걷던 공원을 한 바퀴만 걷기로 했다. 그리고 걷고 난 다음 체조 시작 전까지 어르신들과 함께한다. 그 시간이 십여 분에 지나지 않지만 하루 중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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