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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혐오 정치!
01/08/24  

새해 들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자연스럽게 지난 2일 부산에서 벌어진 제1야당 대표를 향해 자행된 테러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 친구는 열을 올려가며 범인의 당적을 운운하며 자기 생각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어서 피해자인 야당 대표를 부산대병원에서 구급용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듣고만 있던 다른 친구들도 자기 생각을 밝히기 시작했다.

독재 군사정권에 맞서 싸워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금자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어찌 대명천지 밝은 대낮에 한 나라의 야당 대표를 저격하는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경호가 어떻게 이루어졌기에 흉기를 든 범인이 당 대표의 코앞까지 다가설 수 있었단 말인가?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무분별한 유튜버를 비롯한 SNS 사용자들의 패거리 짓기 탓이 아닌가 싶다.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기는 어렵다 해도 적어도 언론은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해야 한다. 또 정치인들은 특정한 한 가지를 침소봉대해서 상대 당이나 정치인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인격을 모멸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이번 일은 정치판에 발 디디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엎드려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두손 모아 싹싹 빌어야 한다. 이렇게 만든 그 근본 원인 제공은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향해 무조건적인 비난을, 그것도 거의 증오심을 담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자기 자신이나 자기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적개심이나 분노를 일으킬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지 않은가.

사건 후에 정치권이 범인 당적이나 총선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에서 한국 정치의 수준이 얼마나 한심한가 여실히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당적 보유자, 즉 정당에 가입한 인원은 무려 1,042만여 명(중앙선관위 2021년 기준)에 달한다. 전 국민의 20%에 달하는 국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숫자만큼 정치적 담론은 심하게 거칠어졌고 극단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즉 정치에 대한 소통 방식이 확증 편향적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같은 당원들 끼리끼리만 소통하면서 표출 방식이 지나칠 정도로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친구들은 피습당한 야당 대표를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두고 한동안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리고 현명한 결론을 내렸다. ‘흉기 피습을 당한 제1야당 대표를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도 할 수 있다. 사람 목숨을 정쟁거리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부산대병원의 의료진을 얕잡아 보고 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병원에서 당무를 계속해야 하는 당대표 입장에서는 서울행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친구들은 특히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양극화와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일부 극단 성향의 유튜버들의 황당한 주장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유튜버들의 ‘야당 대표 피습에 범인이 사용한 흉기가 횟집이나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칼, 혹은 나무젓가락’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또 ‘피습이 야당 대표의 자작극’이라는 주장 또한 사실 무근이며, ‘여권 인사가 범죄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 또한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불필요한 소모적인 당쟁이나 국민들이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움질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 또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스스로 자성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웃으면서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서로 의견차가 있을 때는 내 주장이 합당하다는 근거를 밝히면서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조건적인 비난을 쏟아 붓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을 규합하여 상대를 비방하는 성토 모임을 갖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고함을 지르며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방식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세몰이’이고 ‘패싸움’이다. 이번 테러 사건이 더 이상의 당쟁이나 국민들 간의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들은 식당에서와 다른 모습이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어릴 적 이 동네 저 동네 몰려다니면서 야구, 축구 등을 하던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며 십대 초반의 소년으로 돌아간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정치인들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한다면 웃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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