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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11/20/23  

자주 만나는 친구가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보니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침실로 들어서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소스 몰에 있는데 커피나 한 잔 하잔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달려 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많은 젊은이들이 밤을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니 간혹 나이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여러 인종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젊은이들의 장소가 되어 있었다.

2023년 10월 10일 부에나파크시는 이 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공식 지정했다. 가든그로브에 이어 오렌지카운티의 두 번째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비치 블러바드와 오렌지돌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더 소스몰(The Source Mall)부터 비치 블러바드 북쪽으로 라미라다 블러바드가 만나는 곳까지 약 2마일 구간에 이른다. 공식적인 지역은 그렇지만 실제로 한인 업소 밀집 지역은 이보다 훨씬 넓다. 좁게 잡아도 남쪽으로는 한국 음식점 경복궁과 조선옥이 있는 비치 블러바드 선상의 라팔마 애비뉴부터 북쪽으로는 한국 음식점 예당, 한인들이 많이 찾는 맥도날드 등이 있는 Imperial Hwy까지 약 5마일 가까이를 코리아타운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바로 이 코리아타운의 시작인 비치와 오렌지돌프가 만나는 지점 근처에 5번 프리웨이와 91번 프리웨이 출입로가 있어 다른 도시로의 진출입이 용이하다. 이 프리웨이들을 통해 동쪽의 리버사이드 인근 도시를 비롯해 남쪽으로는 어바인, 터스틴 등의 한인 밀집 도시로부터의 접근이 용이하고 북쪽에 있는 LA와 인근 도시들로부터의 접근도 쉽다. 이뿐만 아니라 남쪽 '헌팅턴비치'부터 북쪽으로는 라하브라, 위디어까지 이어진 39번 '비치 블러바드'를 이용하면 LA 동부의 한인 밀집 지역인 하시엔다, 로렌하이츠, 월넛, 다이아몬드바 등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이처럼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LA나 가든그로브 코리아타운에 비해 접근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코리아타운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지금도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그 이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스 몰에는 많은 한인 상점과 식당들이 모여 있고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극장까지 갖춰져 있어 먹고 마시는 것에서부터 쇼핑은 물론 영화감상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붐빈다.

또 세 개의 한인 마켓들이 비치 블러바드와 라미라다 블러바드가 만나는 길에 모여 있어 코리아타운임을 증명하고 있다. 코리아타운 구역 안에는 각종 병원, 음식점, 태권도장, 옷가게, 커피숍, 베이커리, 미용실 등 1,000여 곳이 넘는 다양한 한인 업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한인들이 모여 생활하다 보니 코리아타운 어디에서나 한인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마치 많은 한인들이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세트장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회 시설들도 마치 한인 전유물인 듯 느껴질 때도 있다. 일례로 비치 블러바드에서 동쪽으로 불과 한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랄프 레저널 파크(Ralph B. Clark Regional Park)를 찾는 사람들의 70~80%는 한인이다. 그 가운데는 70~80명이 매일 모여서 체조하는 한인 체조팀도 있으며 일주일에 두어 번 만나서 달리기 훈련을 하는 팀들도 서너 개 이상 된다. 이처럼 넘쳐나는 한인들로 마치 한국의 확장된 영토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1993년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모 자동차회사의 밴을 샀다. 이 차를 타고 하시엔다 고개를 넘어 비치 블러바드를 자주 지나다녔다. 그때는 물론, 2001년 지금 살고 있는 라미라다로 이사할 때만 해도 내가 사는 동네 인근이 코리아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부에나파크시의 코리아타운 지정은 단순히 한인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지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인들이 지역 경제의 주역임을 천명한 것이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이 지역 주류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인들이 합심해서 건전한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한인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준법정신을 코리아타운을 넘어 미국 사회로 전파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높아진 우리의 위상을 스스로 지키는 길이다.

‘가을 밤 코리아타운 한복판에서 느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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