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홈으로 나는야 1.5세 아줌마
나의 아저씨의 마약 의혹
10/30/23  

좋아하는 A급 중년 배우가 마약과 관련되어 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선균, 그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고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에 출연한 주연배우였으며 예능프로에 나와서는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과 재미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나도 그를 좋아했다. 전형적인 미남형 배우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그는 그 캐릭터에 온전히 스며들어버린 듯 자연스러웠다. 그의 전매특허급 짜증 내는 연기는 어찌나 실감 나는지 볼 때마다 푹 빠져들기도 했다.  본인뿐 아니라 상대 배우의 매력까지 극대화시켜주며 잘 받쳐주는 배우라 내게는 더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에서 그가 눈물 콧물 왈칵 쏟으며 흐느끼는 신(scene)이 있는데 정말 저런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딱 저렇게 울었을 것 같다고 느껴져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잔잔한 여운이 모여 큰 울림을 주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순리대로 살아갈 뿐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인간적인 중년의 박동훈을 찰떡같이 소화해 냈을 때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왜? 마약이라니? 그동안 그 어떤 스캔들이나 구설수에 휘말려본 적 없는 가정적인 애처가 이미지가 강했던 A급 스타가 갑자기? 어디서 어떻게? 대체 무엇 때문에 공갈, 협박까지 받아왔을까? 어쩌다가 3억 5천만 원이나 갈취 당한 걸까? 부인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온갖 궁금증이 난무했고 그에 맞춰 온갖 추측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화려한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잇따르곤 하는데 양쪽이 너무 대조적이라 어쩐지 씁쓸하고 안타깝다. 화려하고 매력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다소 충격적인 어두운 사건 사고들은 그들의 절규일까? 아니면 권태일까? 남부러울 게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유명 스타나 재벌가의 사람들이 마약 사건에 연루될 때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딘가 신이 나서 탄식과 질타를 쏟아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던 중 심각한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다가 치료와 재활을 받고 결국 재기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이다. 마약을 끊은 이후에 영화 ‘아이어맨’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고 2014년, 2015년에는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인 10위와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평생 마약 중독자로 낙인찍혀 재기할 수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아역배우 출신인 드류 배리모어도 10대 때 각종 일탈과 마약복용으로 어두운 방황기를 보내고 재기했는데 팬들은 열광했고 그녀는 A급 할리우드 스타로 도약했다. 

해외에 이런 유명인들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미국은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 취급하기보다는 환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마약을 복용한 사람보다는 마약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훨씬 중범으로 다루고 있다. 한때 마약중독으로 방황하던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 재기하게 되면 그들의 인생역전, 인간승리 스토리는 높이 인정받고 칭송받기까지 한다. 그래서 마약 중독의 과거를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널리 알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하고 세상 끝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이제 마약은 먼 나라, 다른 세상, 특정인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특히 마약 중독은 재발률이 높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저 범죄자로만 치부되어 제대로 치료, 관리를 받지 못할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다. 마약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라도 만약 그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마약사범들에게 처벌뿐 아니라 치료와 관리, 재활과 재기를 위한 시스템 또한 잘 구축된다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다음 기회라는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