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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먼저냐? 안주가 먼저냐?
10/16/23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은 들어봤어도 술이 먼저냐 안주가 먼저냐 하는 질문은 생소할 수 있다. 그래도 오늘 한번 이야기해 보자. 당신이 만약 종종 술을 마시거나 아니면 과거에 술을 마셨던 사람이라면 생각해 보자.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지 아니면 안주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지......

정말 술 자체만을 좋아하는 주당, 술꾼, 애주가들도 있을 것이다. 깡소주에 새우깡, 막걸리에 김치면 충분하다며 다른 안주 없이 술병을 계속해서 비워내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도 목격했으니깐. 이런 사람을 보면 나는 '에이~~~ 이러면 속 버리지~' 하면서 보란 듯이 꾸역꾸역 먹게 되는데…... 과연 이게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안주를 먹지 않는 주당들의 특징은 안주와 전혀 상관없이 술을 찾아 마신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안 좋아서, 날이 더워서, 날이 추워서, 혼자가 외로워서, 모임이 신나서,,,... 이 정도면 술을 마시기 위한 구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리고 누구랑 어디서 마시느냐 하는 것보다는 술을 마신다는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하다. 가끔씩 편의점 맥주와 함께하는 혼술도 가볍게 한잔이 아니라 몇 캔씩 비워내는 내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혼자 술을 마시다가 취하거나 필름이 끊기기도 한다.  

다음은 안주파로 음식만 보면 술 생각이 난다고 한다. 치킨, 피자, 튀김류를 보면 시원한 맥주가 당긴다고 하고 얼큰한 찌개나 전골을 보면 소주가 생각난다고 하고 빈대떡이나 도토리묵 먹을 땐 막걸리 타령을 한다. 술 마시는데 안주가 없으면 대충 아무거나 적당히 꺼내 먹기보다는 술 궁합 따져가며 그럴듯한 안주를 준비한다. 참고로 최고의 궁합으로 알려진 치맥(치킨과 맥주)은 실제로는 칼로리도 높고 건강에 좋지 못한 조합이라고 한다. 술 마시면서 건강을 따지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지방이 많은 치킨, 튀김, 땅콩 등은 맥주랑 같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고 소화에 좋지 않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치맥은 포기 못함)

굳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안주파에 가깝다. 음식 없이 술을 마신다는 것은 솔직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다 보니 체지방 감량을 위해 식단에 돌입할 때마다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술이었다. 술 자체 칼로리도 만만치 않지만 술이 들어가면 평소에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술이 함께하는 자리는 일반적인 식사보다 훨씬 길어져서 오랜 시간 먹게 되기도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뇌에서 포만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오작동 되어 끊임없이 뭔가를 집어먹게 된다. 결국 나중에 너무 배가 불러서 맥주 한 모금 넘기기가 버겁다고 느낀 적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조금 더 세밀하게 분류를 해보자면 나는 술이나 안주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술이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행여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도 막상 실행에 옮기면 맥주 한 캔도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가령 맛있는 음식을 보고 '그럼 어디 나도 음식에 페어링 해서 술을 한잔해볼까?'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아무리 안주가 훌륭해도 딱히 술이 더 맛있거나 하지 않다. 그러니 술 자체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 걸로. 근데 말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애주가들이 '나도 사람이 우선인데?' 할 것 같네?

그래서 칼럼을 쓰다 말고 종종 어울려 동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함께 마시는 친구들 단톡방에 "술이 먼저냐 안주가 먼저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대답이 제각각. 부연 설명도 꽤 길었다. 하지만 다양성을 위해 마지막으로 평생 비음주자로 살아온 술알못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의 입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툭 튀어나온 한마디는 "헛소리하고 자빠졌네." 

음…... 뭐 술이 먼저면 어떻고 안주가 먼저면 어떤가…... 그래도 술을 마셔야 한다면 안주는 술의 흡수 속도나 흡수율을 낮추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적당한 안주와 함께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상 헛소리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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