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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
09/05/23  

요즈음 세상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극명하게 편을 나눠 무리를 지어 다니며 서로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하며 다툰다. 오직 적 아니면 내 편이요, 내 편 아니면 적이다. 직장에서도, 친목 모임에서도, 심지어 교회에서도 그렇다. 이런 세상이다 보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집단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고 적으로 간주되어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으로 출마한다고 할 때 '박근혜 씨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고 칼럼에 썼다가 집중 포화를 받은 적이 있다. 전화로 심하게 나무라는 분도 있었고, 초등학교 동창생 한 명은 어떻게 네가 그럴 수가 있냐고 몹시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타운뉴스로 찾아와서 ‘당신은 좌파냐’고 신랄하게 퍼붓고 가는 분도 있었다.

그 뒤로 정치나 시사에 관해 특히 나의 주관이 어느 쪽을 비판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더 신경 써서 글을 썼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에서 자기는 좌도 우도 아니고 중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내 말 한마디, 내 행동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분노하고 그 화를 참지 않고 내게 전하고 있기에 가능하면 정치 얘기는 삼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단식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식은 끓을 ‘단(斷)’, 밥 ‘식(食)’, 글자 그대로 음식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 기간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음', '종교적 수행, 의식으로서 일정 기간 동안 먹지 않음'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단식은 식음을 전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지만 물과 소금은 섭취한다. 소금을 먹는 이유는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으면 사람의 몸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단 3일(72시간)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다. 그리고 단식투쟁((斷食鬪爭, Hunger Strike)은 단식으로 하는 시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단식투쟁을 하면 여파가 크기 때문에 이를 목적 달성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의 성웅 마하트마 간디는 75세에 옥중에서 3주간 단식을 한 바 있다.

보통 단식의 경우 7일을 넘기면 적신호가 오고 10~14일 정도 되면 사망에 이룰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인체의 한계점이 72일, 기적을 바란다고 해도 75일이 확인된 한계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단식투쟁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스스로 잠정기한을 정해 놓고 이후 대안을 모색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7년 교도소에서 면회 및 변호사 접견을 제한하자 이에 항의하여 6일간의 단식투쟁을 했다. 또 1990년 내각제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현을 주장하며 13일간의 단식을 했고, 그로 인해 다음해에 지방선거가 열리게 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 의해 가택연금을 받을 당시 민주화 5개항(언론 통제 전면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 복직, 정치활동 규제 해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을 이어가다 주변의 설득으로 중단하였다.

2016년 6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개편법에 반대해서 단식투쟁을 했다. 당시 김종인 당대표가 당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단식을 중단한 바 있다. 그리고 2023년 8월 31일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무능 폭력 정권에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나는 그가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을 택했다고 믿는다. 개인적인 여러 가지 불법과 부정, 비리 등의 의혹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 하나둘이 아니고, 당내에서도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마당에 그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오직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고 그 길을 택한 것이다.

이 방법은 결국 또 다른 패거리 나눔임에 틀림없다.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그의 노림수인 것이다. 과연 그가 택한 이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가 있으며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진정한 지도자는 패거리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여당 지도자들도 무조건 그를 범죄자 취급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야당 대표로 인정하고 대화를 하면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가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야당 대표가 적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꾸려 나가는 동반자적 관계임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불법과 위법 사실 여부는 법정에서 판별해 나가도록 하면서 야당 대표로 인정하고 대화를 해나갈 수는 없었을까.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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