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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잼버리
08/07/23  

덥다고 난리들이다. 한낮 기온이 한국은 섭씨 35~6도(화씨 95~96.8도)를, 이곳은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과 캘리포니아만 더운 것은 아닌 듯하다. 세계 여러 나라가 무더위로 인해 폭염경고를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금이 겨울이라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는 한낮 기온이 화씨 100도를 기록했다니 세계를 덮친 더위가 그냥 더운 정도는 아닌가 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가 온난화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펄펄 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7월 1일자로 폭염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폭염 상황에 대응해 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1일, 행정안전부는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성된 위기 경보 수준 중 가장 높은 단계다. 심각 단계의 폭염 위기 경보가 내려진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처럼 심각한 폭염 위기 속에 제 25회 세계잼버리대회가 지난 1일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해 1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 세계 158개국에서 모인 4만 5천 명의 청소년들이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벌판에서 더위와 싸우며 야영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6월 말 새만금 25회 세계잼버리 야영장을 방문한 후, 본보 1479호(7월 3일자) 발행인 칼럼에서 이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방문에서 간척지를 만든 후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진 땅으로 방치해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됐다. 또 이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대회 조직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인 그늘막을 설치하고 넝쿨식물을 심어 그늘을 만드는 것도 현재 심어 놓은 나무들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쉼터 역할을 하는 그늘을 만들어내려면 앞으로도 일이 년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 텐트와 그늘막 등이 잘 고정되어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런 생각을 대회 관계자에게 전했더니 대회 조직위원회도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여러모로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88명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이 중 83명은 온열질환으로 잼버리 활동장 내 병원에서 의료진의 처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더위로 인해 참가자들이 계속 쓰러지고 있어 활동에 지장을 받는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폭염에 대비해 냉수 공급을 확대하고, 쿨링버스 130대를 배치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모든 중앙부처와 다른 지자체들이 합심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를 지원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적극 소통하면서 남은 일정을 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오늘 대통령 지시로 오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 69억 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며 “행정안전부도 어제 특별교부세 3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적시에,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158개국에서 찾아온 청소년과 학부모, 그리고 지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국 중앙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한 것에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뼈아픈 실책은 행사가 끝난 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는 8일이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다. 이 무렵이면 대체로 기온이 낮아지며,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선선한 날씨가 펼쳐져 새만금 잼버리가 더 이상의 사건이나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잼버리(jamboree):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북미 인디언 말인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화 돼 잼버리가 됐다. 스카우트운동의 창시자 영국의 베이든 포우엘(Powell,B.) 경이 1920년 런던에서 열린-34개국 8,000명의 스카우트들이 참가한- 제1회 국제야영대회를 ‘제1회 국제잼버리’라고 명명한 것이 효시가 됐다. 세계잼버리(World Jamboree)는 매 4년마다 개최되며, 대회 6년 전에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개최국을 결정한다. 한국은 지난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이번 제25회 대회 유치에 성공을 거두었다. 총회에서 개최 장소로 인준을 받은 회원국은 세계연맹과 협의하여 잼버리에 대한 모든 준비를 갖추고 행사를 주관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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